크리스 마커는 시대의 목격자였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영화적 실천가였다. 가능한 모든 형식의 영화를 포함한 사진집, 전시 등 그의 광범위한 활동을 돌아보는 것은 마커의 개인적인 정치와 예술 성향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짚어 보는 일이다. 프랑스를 넘어 세계 역사에 영향을 끼친 68 혁명을 다룬 붉은 대기는 그의 영화 중 가장 정치적이고 전투적인 영화로 당시 세상의 해결책처럼 등장한 ‘새로운 좌파’의 탄생을 사적 에세이 형태로 보여준다. 특정 이념은 과거에 남아 있지만 당시 폭발하기 시작한 세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, 이미지의 힘은 사상보다 더 위대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