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상 시인이라 불리는 테렌스 데이비스의 신작. 은 감독의 고향인 리버풀을 위한 송가이자 찬가와도 같은 영화다. 감독은 전형적인 다큐드라마의 형식을 빌어서, 축구와 비틀즈로 유명한 리버풀의 연대기를 꼼꼼히 분할하여 재구성하고 있다. 이 영화는 개인의 체험이 묻어나는 자전적인 작품으로,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리버풀의 모습, 더 넓은 의미로는 잃어버린 영국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나온 외침과 같다. 테렌스 데이비스는 시종일관 담담한 목소리로 리버풀의 역사를 요약하는 동시에 격세지감을 느끼며, 비통한 마음을 갖는다. 영화는 1920년대의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리버풀을 추억하지만, 리버풀은 과거와는 달리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. 데이비스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‘리버풀 삼부작’에서처럼, 카톨릭교회에 대한 반감과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투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낸다. 은 개인적, 정치적, 사회적 문제가 훌륭하게 혼합된 수작이다.